삼성전자 주가가 10만 원을 훌쩍 넘어가며 배 아파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8만 원에 털고 나와 지나간 버스만 쳐다보며 한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 시장엔 ‘유동성’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치고 있고, 그 파도의 가장 높은 마루에는 다름 아닌 로봇이 자리 잡고 있다. 슈퍼개미로 불리는 남석관 베스트인컴 회장의 뷰도 궤를 같이한다. 그는 올해 삼성전자보다 훨씬 더 짜릿한 수익률을 안겨줄 섹터로 로봇을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AI 다음은 로봇”이라고 공언했듯, 휴머노이드와 산업 자동화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이제 막 트리거가 당겨진 셈이다.
이러한 산업의 팽창이 그저 머나먼 미래의 장밋빛 몽상이 아니라는 사실은 최근 글로벌, 특히 중국 기업들의 맹렬한 행보만 봐도 단번에 체감할 수 있다. 영화 속 ‘트랜스포머’가 스크린을 찢고 현실로 튀어나왔다.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가 최근 공개한 탑승형 메카봇 ‘GD01’은 공상과학과 현실의 경계를 그야말로 박살 내버렸다. 조종사가 가슴 쪽 조종석에 직접 올라타 움직이는 이 고강도 합금 기계는, 두 발로 인간처럼 성큼성큼 걷다가 이내 섀시를 재구성해 네 발로 기어 다니는 형태로 자유롭게 변신한다. 시연 영상에서 손으로 벽돌 벽을 가볍게 무너뜨리는 이 로봇의 무게는 피아노 한 대와 맞먹는 500kg에 달한다. 민간 운송용으로 설계된 이 기체의 시작가는 390만 위안(약 미화 57만 달러)으로 책정됐다. 이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미국 경쟁사들을 얼마나 매섭게 따돌리며 기술의 실증 단계로 진입했는지 보여주는 상당히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런 폼팩터의 혁신이 턱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로서 주목해야 할 것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껍데기만이 아니라 그 안을 촘촘히 채우는 알맹이다. 남 대표가 로봇의 근육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와 인간형 로봇의 화룡점정인 ‘손’을 만드는 기술을 쥔 기업들을 콕 집어 강조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SPG, SBB테크 같은 핵심 부품주들이 쉼 없이 오르기만 할 수는 없으니, 시장에서 조정을 받으며 숨을 고를 때를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수익률의 지렛대를 더해줄 다른 섹터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를 뚫어줄 유리기판 테마는 올해 본격적인 양산 사이클에 올라타는 만큼 포트폴리오 한 켠에 담아둘 가치가 충분하다. 장이 출렁이며 필옵틱스 같은 대장주가 4만 원 아래로 밀릴 때를 매수 타점으로 잡아보는 식이다. 아울러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상장이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앞둔 우주항공 분야 역시,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 잠잠할 때 관련 부품주를 미리 선점해 두는 묘수가 필요하다. 시끌벅적하게 소문이 나서 상장이 임박했을 때 뛰어들면 이미 남 좋은 일만 시키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기존 주도주였던 반도체가 완전히 힘을 다했다는 뜻은 아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통상 2~4년 주기로 도는데, 남 회장의 진단처럼 앞으로 2년가량은 이 상승 기류가 더 유지될 공산이 크다. 다만 늘 염두에 둬야 할 맹점은 한국 증시 특유의 커플링 현상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주춤하는 순간, 한국 증시도 맥없이 함께 꺾여버릴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엔비디아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향방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결국 시장은 유동성을 먹고 자라고, 기술의 진화는 우리의 상상력을 가볍게 뛰어넘고 있다. 변신 로봇이 벽을 허물고 걷는 시대에, 당신의 계좌 앞자리를 바꿔놓을 다음 타자는 이미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