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긴 침묵을 깨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올해 3분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7조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사 실적을 견인했다. 이는 직전 분기 영업이익인 4000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17배나 급증한 수치다. 이러한 실적 반등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 폭증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시장의 이목을 끈 것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았던 엔비디아 납품설이 마침내 공식화되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고객사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HBM3E 제품을 전 고객 대상으로 양산 판매 중”이라고 밝힘으로써 사실상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알렸다. 이는 5세대 HBM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다소 늦어졌다는 평가를 뒤집고 본격적인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12단 HBM3E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다가오는 6세대 HBM4 시장 선점을 위해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출하하고 품질 검증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한편, 만년 적자 꼬리표가 붙었던 파운드리 사업 역시 체질 개선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라인 가동률 개선과 일회성 비용 절감으로 적자 폭이 기존 2조 원대에서 1조 원대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테슬라와 23조 원 규모의 자율주행용 2나노 AI 칩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굵직한 수주 소식도 이어지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모바일 부문의 성과와 갤S26 울트라 마케팅 잡음

모바일경험(MX) 사업부 역시 폴더블 신작 ‘갤럭시 Z폴드7’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3조 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을 냈다. 하지만 차기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 S26 울트라’의 출시를 앞두고 공개된 마케팅 자료가 때아닌 논란에 휩싸이며 모바일 사업부의 분위기는 사뭇 복잡해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S26 울트라의 향상된 카메라 성능, 특히 저조도 촬영 능력을 강조하는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 S26 울트라는 전작인 S25 울트라보다 더 넓은 조리개를 탑재하여 어두운 환경에서도 선명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것이 핵심 세일즈 포인트다. 그러나 해당 홍보 영상 말미에 “AI 도구의 지원을 받아 생성된 콘텐츠”라는 문구가 발견되면서 소비자들의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는 실제 기기로 촬영된 결과물을 기대하는 잠재 고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영상 속 인물의 부자연스러운 표정이나 움직임 탓에 일각에서는 영상 전체가 실제 촬영본이 아닌 AI로 생성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다. 만약 카메라 성능을 강조하는 영상 자체가 AI 보정이나 생성물에 의존했다면, 이는 제품의 실제 성능을 대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이전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마케팅을 진행해왔던 만큼, 과거 자료들 또한 AI로 가공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하드웨어 스펙 강화로 승부수 띄우나

마케팅 논란과는 별개로, 갤럭시 S26 울트라의 하드웨어 스펙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충전 속도다. 그동안 중국 경쟁사들에 비해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유선 충전 속도가 기존 45W에서 60W로, 무선 충전은 15W에서 25W로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여전히 100W를 상회하는 경쟁사 스펙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실사용 환경에서는 체감할 만한 유의미한 진전이다.

또한,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 기능의 탑재도 주목받고 있다. 이는 측면에서 화면을 훔쳐보는 시선을 차단하여 사용자 외에는 화면 내용을 볼 수 없게 만드는 기술이다. 과거 홍채 인식 등으로 보안 기술을 선도했던 삼성전자가 다시 한번 하드웨어 보안 영역에서 차별화를 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결국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의 확실한 실적 턴어라운드와 HBM 경쟁력 회복이라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 부문에서는 혁신적인 하드웨어 스펙을 준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I 마케팅 논란으로 인해 브랜드 신뢰도 관리라는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되었다. 다가오는 해, 메모리 시장의 호황과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성패가 삼성전자의 실적 그래프를 어떻게 그려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