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규시즌 2위와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한화 이글스가 선수단 연봉 계약을 마무리했다. 성적에 걸맞은 대대적인 연봉 인상이 이루어진 가운데, 다가오는 시즌 마운드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영건들의 치열한 준비도 시작됐다.

‘거포’ 노시환 10억 시대 개막

한화 구단이 21일 발표한 연봉 계약 현황에 따르면, 팀의 간판타자 노시환(26)은 지난해 3억 3000만 원에서 무려 203% 인상된 10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는 팀 내 최고 인상률이자 최대 인상액이다. 지난해 32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국내 타자 중 홈런 1위(전체 4위)를 기록한 공로를 확실히 인정받은 셈이다. 올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게 되는 노시환은 비FA 다년 계약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우선 단년 계약을 체결하며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젊은 야수진의 핵심인 문현빈(22)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프로 4년 차를 맞는 문현빈은 지난 시즌 타율 0.320(5위), 169안타(공동 4위)의 맹타를 휘두르며 8800만 원에서 161.36% 오른 2억 3000만 원에 사인했다. 노시환에 이어 야수 부문 인상률 2위다. 지난해 FA 계약을 맺었던 하주석(32) 역시 활약을 인정받아 122% 인상된 2억 원에 계약을 마쳤다.

문동주·김서현 등 투수진도 ‘훈풍’

마운드에서는 김서현(22)의 인상 폭이 가장 컸다. 팀의 마무리 투수로 뒷문을 책임지며 세이브 부문 2위(33세이브)에 오른 그는 지난해 5600만 원에서 200% 오른 1억 6800만 원을 받게 됐다.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11승 5패, 평균자책점 4.02)를 달성한 ‘에이스’ 문동주(23) 또한 1억 원에서 2억 2000만 원으로 몸값을 높였다. 신인으로서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준 정우주(20)는 7000만 원에 계약하며 133%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로써 재계약 대상자 중 팀 내 억대 연봉자는 총 13명으로 늘어났다. 불펜의 마당쇠 김종수(32)와 이진영(29)이 각각 1억 1700만 원과 1억 1000만 원을 기록하며 억대 연봉 반열에 합류했고, 플레잉코치로 활약 중인 베테랑 포수 이재원(38)은 지난해와 동결된 1억 원에 계약했다.

좌완 불펜 공백, 2년 차 권민규에게 온 기회

화려한 연봉 잔치 뒤편에서는 전력 누수를 메우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스토브리그 기간 한승혁과 김범수가 팀을 떠나며 한화 불펜에는 좌완 투수 공백이 생겼다. 이 빈자리를 노리는 유력한 후보는 프로 2년 차를 맞이하는 권민규다.

2025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권민규는 입단 첫해 스프링캠프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호주 국가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2⅔이닝 동안 피안타와 사사구 없이 탈삼진 5개를 곁들이며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고, 양상문 투수코치로부터 “최근 본 아마추어 출신 중 제구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극찬을 받았다. 시범경기에서도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가며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다.

뼈아팠던 성장통, “올해는 오버페이스 없다”

하지만 1군의 벽은 높았다. 데뷔 초반 4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를 펼치던 권민규는 4월 6일 대구 삼성전에서 1이닝 5실점으로 무너진 뒤 2군으로 내려갔다. 이후 퓨처스리그에서 17경기 2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4.68을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권민규는 지난 시즌의 실패 원인을 급격한 페이스 저하에서 찾았다. 그는 “고교 졸업 직후라 의욕이 앞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캠프 때부터 너무 달렸다”며 “막상 시즌이 시작되니 구위와 제구가 한꺼번에 떨어졌다”고 회상했다.

절치부심한 권민규는 이번 시즌 목표를 ‘완급 조절’에 뒀다. 그는 “작년의 경험을 교훈 삼아 올해는 몸을 확실히 만들고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팀 내 좌완 불펜 자원이 부족한 상황은 그에게 또 다른 기회다. 권민규는 “선배들의 이적은 아쉽지만, 내게는 기회인 만큼 더 노력해서 자리를 잡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