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한국 경제의 유일한 돌파구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경주에서 열린 APEC 재무·구조개혁장관회의 합동세션에서 인공지능(AI) 도입이 한국 경제에 가져올 막대한 파급효과를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AI를 통해 국내 경제 생산성은 최대 3.2%, 국내총생산(GDP)은 무려 12.6%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구 부총리는 이를 두고 AI 발전이야말로 현재 한국 경제가 마주한 유일한 돌파구라고 단언했다. 재무장관과 구조개혁장관이 혁신과 디지털화를 주제로 머리를 맞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챗GPT에 직접 APEC 회원국들의 AI 발전 방향을 물어본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제도적 기반 마련과 인프라 투자, 회원국 간 정책 일관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AI의 답변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실행과 협력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지난 2월 한국은행과 4월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를 인용해 AI가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저성장을 상당히 상쇄할 수 있으며 전 세계 GDP를 4%가량 늘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러한 혜택은 AI 인프라와 데이터 접근성이 뛰어난 선진국에 집중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상위 20% 기업이 AI 경제적 가치의 74% 독식 이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AI의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의 체감 상황은 사뭇 다르다.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PwC가 발표한 ‘2026 AI 성과 연구’에 따르면 AI 기술로 창출된 경제적 가치의 74%를 불과 20%의 소수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25개 산업군에서 1,217명의 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광범위한 조사 결과는 극명한 현실을 보여준다. 대다수의 기업이 여전히 기술을 테스트하는 초기 단계에 갇혀 있는 반면, 소수의 선도 기업들은 압도적인 격차를 벌리며 치고 나가는 중이다.
생산성을 넘어선 비즈니스 모델의 재창조 그렇다면 이들 상위 기업의 비결은 무엇일까. 단순히 더 많은 AI 도구를 사들여서 현장에 배치한 것이 아니었다. 선도 기업들은 AI를 단순한 업무 효율화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뒤바꾸고 성장을 주도하는 촉매제로 활용하고 있었다. 실제 지표를 보면 이들은 경쟁사보다 AI로 비즈니스 모델을 재창조하는 능력이 2.6배 높았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융합 현상 속에서 핵심 사업 분야 밖의 파트너와 협력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비율 역시 2배에서 3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생산성 향상보다 이러한 산업 융합을 통한 성장 기회 포착이 AI 기반 재무 성과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 PwC의 분석이다.
신뢰 기반의 자율성과 국가 차원의 지원망 기술 운용 방식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성공적인 결과를 낸 기업들은 안전장치 내에서 다중 작업을 수행하거나(1.8배), 스스로 최적화하며 자율적으로 작동하는(1.9배) 고도화된 방식으로 AI를 다루고 있다.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스스로 내리는 의사결정의 비중도 일반 기업보다 2.8배나 높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철저한 거버넌스와 신뢰 구축에 있다. 이들은 책임 있는 AI 프레임워크(1.7배)나 범부서 차원의 AI 거버넌스 위원회(1.5배)를 갖추고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직원들도 AI의 산출물을 훨씬 더 깊이 신뢰하게 되었다.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한국 정부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기업 간, 국가 간 기술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구 부총리는 기업과 공공, 국민을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AI 대전환 추진 계획을 밝혔다. 제조업 기반과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라는 한국만의 강점을 살려 AI 로봇과 AI 자동차 등 이른바 ‘피지컬 AI’ 7대 프로젝트에 연구개발(R&D)과 규제 완화, 금융 지원을 패키지로 쏟아부을 예정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막기 위해 국민 누구나 한글처럼 AI를 쉽게 쓸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기업들이 기존의 접근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인프라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선도 그룹과 후발 주자의 격차는 앞으로 더욱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질 전망이다.